안경 안 팔 고객도 있어요

김영근 안경사

요즘 길 가다 보면 안경원에 손님 있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11층에 있는 이 안경원에는 손님이 북적북적해서 놀랐어요. 비결이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게 욕심 좀 덜 부리는 거죠. 보통 고객이 오면 하나라도 더 팔려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안경을 팔기 전에 먼저 안경을 팔아야 할 고객인지 팔지 말아야 할 고객인지를 구분해요.

새로 맞추지 않고 AS만 하거나, 기존 것을 조금 더 착용해도 될 분에게는 안경을 팔지 않아요. 이런 구분을 먼저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욕심을 안 부리게 돼요.

고객 오면 하나라도 더 팔려 하지
만 저는 먼저 팔아야 할 고객인
지 말아야 할 고객인지 구분부터

얼마 전에도 따님이 일산에서 택시로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그냥 돌려보냈어요.웃음 아버님은 눈에 백내장이 있어 안경 도수를 올려도 잘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백내장 수술 후에 안경 맞추러 오시라 설명해 드렸죠.

어머님은 상담해 보니 굉장히 외향적이시고 좋고 싫은 게 확실한 분이셨어요. 어느 정도 타협한 안경을 맞춰드려도 결국 그 안경 안 쓰게 돼요. 그래서 제가 “어머님 원하시는 디자인 파악했으니 구해서 연락드릴게요” 했죠.

저뿐만이 아니라 직원들도 이렇게 고객을 대해요. 직원들 대부분 최소 6년 장기 근속자이고 심지어 20년을 함께 일해온 직원이다 보니 제 영업 방식이나 고객을 대하는 문화에 익숙한 거죠.

최근에 한 고객이 감사 리뷰를 올렸어요. 그 부인은 다초점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가까운 글씨가 잘 안 보인다고 하셨어요. 검사해 보니 도수에는 변화가 없었고, 쓰던 안경이 3년 정도 된 것이라 눈 밑으로 내려앉아서 초점이 안 맞았던 거죠. 피팅만 하면 오래 쓰실 수 있는 거였어요. 그래서 직원이 피팅을 제대로 해드리고 불편해지면 다시 오시라 했대요.

물론 처음에는 이렇게 하기가 참 어려웠어요.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하나라도 팔아야 돈이 들어오는 거잖아요. 하지만 어려웠던 시절부터 이 원칙은 고수해야지 하면서 꾹 참았어요. 그랬더니 장기적으로 단골이 많아지고 신뢰가 쌓이더라고요. 신뢰가 쌓이면 고객에게 다른 데 가시라 해도 절대 안 가요.

어린 시절 제 주변에는 참 좋은 어른들이 계셨어요. 그분들이 제게 보내주신 신뢰, 믿음 덕분에 사람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어렴풋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가정형편이 아주 어려웠는데 아버지는 술도 많이 드셨고 병도 있으셨어요. 그러다 보니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가 시골에서 죽제 바구니에 인삼을 이고 장사하러 다니셨어요.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셨는데 집에 선생님을 맞이할 어른이 아무도 없었어요. 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죠. 그랬더니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시며 다가와 이마를 쓰다듬어주셨는데 아직도 그 따뜻한 눈빛은 잊을 수가 없어요. 학교 사택에서 배고픈 제게 호박 된장국을 끓여주시기도 했고, 경제적인 이유로 중학교 진학을 고민하던 때는 장학금 2만 원을 마련해주시기도 했어요.

또 어머니가 다니던 교회 신자 한 분이 어려울 때마다 몇십만 원, 몇백만 원 돈을 계속 빌려주셨어요. 2천만 원을 빌려주신 적도 있어요. 가족끼리도 그렇게 하기 힘들잖아요. 돈을 떼일 수도 있는데… 지금은 돈도 갚고 1년에 두 번씩은 찾아뵙고 용돈도 드리고 있죠.웃음

은사님도, 교회 어르신도 아무것도 없던 나를 왜 항상 도와주셨을까 의아했어요. 5남 2녀인 저희가 열심히 살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좋은 분들과의 관계 속에서 ‘신뢰를 받는다는 게 큰 자산이구나’를 체득한 거예요.

그분들이 우리를 믿어주신 만큼 우리도 뭔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정서가 가족 사이에 깔려있어요. 어릴 때부터 세상을 좋게 바라볼 수 있던 토대가 마련된 거죠.

판매에는 욕심부리지 않지만, 시력 계측. 안경 피팅, 렌즈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기술이나 장비 욕심은 대단하시다면서요

우리 안경원 슬로건이 ‘안경은 과학이다’예요. 시력 검사나 얼굴 형태 계측, 안경 제작도 과학적으로 접근해야만 눈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안경을 착용한 사람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안경 관련 최신 기술이나 과학적인 장비가 나오면 투자를 많이 합니다. 직원들도 그런 트렌드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강사도 초빙해 직원 교육에도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지요.

최신 기술 중에 일본의 아이메트릭스사의 ‘아이메타’ 장비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손님들 반응도 좋았어요.

‘아이메타’는 얼굴을 3D로 스캔해요. 안경 착용자의 머리모양, 귀 높이, 코 높이까지 정밀 측정하죠. 그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고객마다 ‘템플안경다리은 어느 각도로 조립하고 귀 높이에 따라 몇 밀리로 한다, 코 높이에 따라 노즈 패드는 얼마나 넓게 또 높이는 어떻게 한다’ 이런 데이터들을 알 수 있어요.

그 데이터를 토대로 안경을 제작하면 ‘고객별 맞춤 안경’이 탄생하는 거죠. 얼굴 데이터에 맞춰서 관련 장비와 부품들은 일본에서 전부 수입해 와요. 그래서 최신 장비 투자에 올해만 3억 정도 들어갔어요.

손님들은 안경 흘러내림이 없다고 좋아해요. 특히 누진 다초점 안경을 쓰시는 분들은 돋보기 기능이 아래쪽에 있어서 안경이 흘러내리면 돋보기도 아래로 쳐져서 잘 안 보이게 되거든요.

고도 근시 안경 쓰시는 분들도 초점이 조금만 틀어져도 잘 안 보이죠. 그런데 아이메트릭스 안경은 흘러내림이 없으니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는 거예요.

안경원으로서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기술이나 아이템들을 부단히 찾고 그렇게 찾은 기술이나 장비를 사업에 접목하고 접목한 후에는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나아갈 것인가 고민하다 보니 직원들도 저를 많이 신뢰해요.

이런 신기술들이 향후 먹거리라고 생각하니까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지고 우리 안경원을 떠나지 않아요.웃음

신기술 개발에 도전하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뜻 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큰형이 소아마비라 다리가 아주 불편해요. 형이 장애가 있으니 결혼도 힘들겠다 싶었는데 어느 날 간호사한테 프러포즈해서 결혼했어요.웃음 형수가 성악까지 전공해서 노래도 잘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 정도면 세상을 비관하고 살아야 할 것 같은데 비장애인보다도 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과감하게 도전하며 사는 거예요. 그런 형을 보고 살았으니 저도 그런 영향을 받은 거죠.

김영근 안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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